서문시장 80년 된 제분공장을 문화공간으로…대구 도심골목의 '화려한 변신'

입력 2020-01-02 17:51   수정 2020-01-03 00:34

전국 3대 큰 장인 대구 서문시장 인근의 큰장로 골목에 지난달 23일 문을 연 복합문화 공간 ‘나나랜드’가 요즘 대구에서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. 대구의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 최복호 씨앤보코(C&BOKO) 대표(72)가 80년 전 제분공장이었던 400㎡ 규모의 낡은 창고를 패션숍과 카페, 갤러리, 공연장 기능을 갖춘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시킨 곳이다.

최 대표는 이 건물 가로 20m, 높이 5m 크기의 외벽을 파랑 노랑 빨강 초록의 원색으로 단장해 쇠락해 가던 골목길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.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40~60대 소비자와 이색적인 벽을 배경으로 ‘인생샷’을 남기려는 관광객이 줄을 잇고 있다.

1973년 창업해 올해로 47주년을 맞는 씨앤보코의 최 대표는 고희를 넘겼지만 그의 실험정신은 갈수록 왕성해지고 있다.

최 대표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“요즘 경기가 안 좋아 도심상가의 공실이 넘치고 유통업계도 비상”이라며 “건물과 골목의 역사적인 원형을 살리면서 색과 문화예술을 융합시킨다면 도시재생의 콘텐츠가 풍부해져 새로운 상생 모델이 될 수 있다”고 강조했다.

그는 나나랜드의 카페를 이탈리아 부라노섬의 이름을 본떠 부라노로 지었다. 최 대표는 “안개가 많은 부라노섬은 어부들이 고기를 잡고 귀가할 때 자기 집을 쉽게 구별하기 위해 아름다운 색깔로 칠한 데서 유래해 지금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모했다”고 설명했다. 그는 나나랜드에서 청년 예술가들이 공연하고 창고마당에서 작품을 판매하는 예술마켓도 열 계획이다.

최 대표는 2008년 경북 청도군 각북면의 사과밭 3300㎡를 전시와 공연, 글램핑(고급화된 야영) 기능을 갖춘 복합문화 공간으로 바꿔 화제가 됐다. 당시 각북면에 살았던 개그맨 전유성 씨와 함께 8개의 갤러리를 엮어 ‘청도 몰래길’을 만들었다. 몰래길에는 한 해 2만 명, 지금까지 총 2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.

나나랜드에는 최 대표가 뉴욕·런던·파리 패션위크에 출품한 작품부터 전국 30여 개 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제품이 전시돼 있다. 10여 년 전부터 개발해온 안경과 패션잡화, 도자기 등 토털브랜드 제품은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.

최 대표의 ‘CHOIBOKO’브랜드는 국내외에서 스테디셀러로 통하고 있다. 그의 제품은 독특한 패턴과 컬러로 유럽은 물론 중동 편집매장에서 자체브랜드로 판매된다. 회사 매출은 국내 경기 부진에도 연 12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. 중동 바이어는 16년째 거래를 이어오고 있을 정도다. 최 대표는 “평생 몰두해온 패션과 색에 대한 연구를 도시와 골목에 적용시켜 패션과 문화예술을 융합한 패션하우스 브랜드로 도전을 이어가겠다”고 강조했다.

대구=오경묵 기자 okmook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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